유리잔에 얼음이 딸각이는 소리,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바람, 발끝을 간질이는 따뜻한 모래. 친구와 함께하는 필리핀 여행은 함께 웃고 놀라며, 다음 날 아침 또다시 그 얘기로 시작되는 일정의 연속이에요. 어떤 순간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글에서 ‘놓치면 아쉬운’ 장면들을 천천히 짚어볼게요.
요즘 정보가 넘쳐나죠. 섬은 많고, 액티비티는 끝이 없고, 맛집은 늘 업데이트돼요. 그래서 ‘무엇을’보다 ‘어떤 순간’을 중심으로 고른 코스가 필요해요. 둘이든 셋이든, 웃음이 자연스럽게 번지는 포인트를 찾아보세요. 안전과 예산, 이동 동선까지 은은하게 챙기는 것이 좋겠죠.
목차
-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와 블루 모먼트
- 세부에서 만나는 거북이와 산호 정원
- 엘니도 아일랜드 호핑 A·C 루트의 균형
- 시아르가오 서핑과 로컬 리듬
- 바타네스의 고요, 초록 절벽 산책
- 마닐라 올드&뉴 나이트 워크
- 친구끼리 필리핀 음식 제대로 즐기는 순서
- 예산·시간 배분: 5일, 7일, 10일 드로잉
- 섬 사이 이동, 똑똑한 예약과 안전
- 우기·건기·태풍: 날씨 읽고 움직이기
- 현지 예의와 작은 배려가 만드는 편안함
- 사진과 기록: 빛을 잡는 간단한 루틴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와 블루 모먼트
하얀 모래와 얕은 파도가 만드는 파스텔 톤, 저녁이면 해가 물드는 시간대가 정말 아름다워요. 낮에는 스테이션 1~3을 산책하듯 훑고, 해질녘엔 세일링 보트를 타거나 모래 위에 앉아 하늘이 파랑에서 오렌지로 넘어가는 ‘블루 아워’를 경험해보세요.
보라카이는 환경 관리가 강화되어 해변이 더욱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오후 4~6시는 인파가 몰리지만 생기가 넘쳐요. 여유를 원한다면 오전 8~10시, 소프트한 햇살 아래에서 수영을 해보세요. 피부에 닿는 물결이 미지근하게 스며들고, 멀리서 음악이 살짝 들릴 거예요.
보트 세일링은 30~45분 코스가 표준이에요. 바람이 적당하면 파도 스프레이가 가볍게 얼굴에 닿고, 그 순간 웃음이 나와요. 선셋 타이밍은 출발 1시간 전 예약이 좋습니다.
가방은 방치하지 말고, 해변의 호객에는 미소로 “No, thank you” 정도만 전해보세요. 현금은 소액권으로 쪼개두면 나눠 쓰기 편해요.
오늘 저녁 한 장면만 챙긴다면, 해 질 무렵 어디에 앉고 싶나요?
세부에서 만나는 거북이와 산호 정원
세부 본섬과 모알보알을 축으로 잡으면 바다가 달리 보입니다. 모알보알 하우스 리프는 스노클링만으로도 거북과 정어리 떼를 만날 확률이 높아요. 물에 들어가면 은빛 물결이 눈앞에서 방향을 바꾸고, 숨을 고를 때마다 세계가 조용해져요.
보트 투어는 새벽이나 오전에 맑고 잔잔해요. 장비는 현지에서 대여하되, 마우스피스 위생이 걱정된다면 개인 스노클을 챙기는 것도 좋아요. 구명조끼 착용은 습관처럼, 산호 위에 서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작은 배려가 바다를 오래 살려요.
데이터에 따르면, 필리핀 산호의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 상태라는 보고가 있어요(출처: Philippine Reefs, 2020). 그래서 ‘손대지 않기’ 같은 기본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어요. 여행이 곧 보전이 되는 순간, 기분이 좋죠.
사진은 역광을 활용해보세요. 수면 쪽에서 내려다보는 햇살이 물기둥처럼 내려오고, 사람 실루엣이 얇게 빛나요.
엘니도 아일랜드 호핑 A·C 루트의 균형
석회암 절벽과 라군의 초록을 한 번에 보고 싶다면 A 루트를, 탁 트인 비치와 스노클 포인트를 늘리고 싶다면 C 루트가 좋습니다. 둘 중 고르기 어렵다면, 오전에 A, 다음 날 오후에 C로 나눠 깊이를 바꿔보는 방법도 있어요.
엘니도는 인기라서 전날 예약이 마음 편합니다. 작은 라군에서는 카약을 추가해도 좋아요. 잔잔한 물 위에서 절벽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면, 소리가 작아져요. 배가 아닌 호흡이 리듬이 되는 느낌을 경험해보세요.
선크림은 리프세이프 성분을 권장해요. 보트 승하선 시에는 슬리퍼보다 얇은 아쿠아슈즈가 발을 지켜줘요. 점심은 현지식 그릴이 기본이라, 채식 선호면 미리 말해두면 준비해줍니다.

시아르가오 서핑과 로컬 리듬
아침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섬, 시아르가오는 서핑 초보도 환영하는 에너지예요. 클라우드 나인 포인트는 구경만으로도 짜릿하고, 초보는 근처 비치 브레이크에서 1~2시간 레슨으로 감을 잡아보세요.
서핑 뒤엔 코코넛 로드 드라이브. 스쿠터로 천천히 달리면 바람이 팔을 스치고, 도로 옆 코코넛 숲이 쓱쓱 뒤로 흘러요. 비가 살짝 내리는 날엔 아스팔트가 반짝여 사진이 더 예뻐요.
레슨 예약은 오전 7~10시. 물때와 바람을 강사가 체크해줘요. 보드 왁스 냄새와 소금기 섞인 공기, 그 사이로 웃음이 가볍게 섞입니다.
하루를 쪼갠다면, 오전엔 몸을 쓰고 오후엔 어디에서 쉬어볼까요?
바타네스의 고요, 초록 절벽 산책
북쪽 끝 바타네스는 다른 행성 같아요. 초록 곡선 언덕과 짙은 대서양빛 바다, 돌담집이 이어져요. 바람이 세서 구름 그림자가 땅 위로 빠르게 지나가고,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엽서가 되죠.
투어는 사우스·노스 루트로 나뉘는데, 북쪽은 등대와 해안선, 남쪽은 언덕과 마을 비중이 커요. 걸음이 느린 팀이라면 자전거보다 트라이시클을 추천해요. 비상 바람막이 하나 넣어두면 체감이 편안해져요.
여긴 인터넷이 약해요. 그래서 밤이 깊어지면 별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대화가 길어지는 동네죠. 이야기의 속도가 바람을 닮아요.
마닐라 올드&뉴 나이트 워크
도시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마닐라의 밤 산책을 해보세요. 인트라무로스 성곽 쪽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고,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BGC)는 현대적인 공공미술과 조명이 어우러져요.
인트라무로스는 황혼 무렵이 좋습니다. 담장 그림자와 가스등 같은 조명이 켜질 때, 바닥의 자갈 소리가 발끝에서 또각또각 들려요. BGC쪽은 보행자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간단한 루프 코스를 만들기 좋습니다.
안전은 상식선에서만 챙기면 됩니다. 번화가 이동, 과음 피하기, 호출 앱 택시 이용. 현지 최신 이슈는 출발 전 공식 여행경보 페이지에서 한 번 체크해 두면 안심이에요. 참고로, 공신력 있는 관광 데이터는 필리핀 관광부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친구끼리 필리핀 음식 제대로 즐기는 순서
첫 끼는 아도보로 시작해요. 간장·식초 베이스에 고기가 부드럽게 풀어지는 맛이 일품이죠. 두 번째는 시식(신맛 수프)으로 입맛을 깨우고, 셋째는 레촌 혹은 크리스피 파타를 나눠 먹어요. 바삭한 껍질이 씹힐 때 입 안이 반짝 깨어나요.
바닷가에선 그릴드 생선과 가리비, 그리고 간단한 키니라오(생선 세비체)를 즐겨보세요. 달달한 할로할로는 오후 더위가 지칠 때 딱 좋아요. 얼음 알갱이가 혀끝에서 사각사각 녹아내리죠.
알레르기가 있거나 간이 염려된다면, “less salty, please”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조절해줘요. 배를 타는 날엔 과식보단 가볍게 드세요.
최근에 가장 크게 배운 입맛의 포인트, 서로 다른가요 같은가요?
예산·시간 배분: 5일, 7일, 10일 드로잉
돈과 시간이 여행의 리듬을 정리해줘요. 5일이면 ‘세부+모알보알’ 혹은 ‘보라카이 중심’처럼 한 축에 몰입해보세요. 7일은 ‘보라카이 3·엘니도 3’의 투 톤 구성, 10일은 ‘마닐라 1·보라카이 3·엘니도 3·세부 3’처럼 입체감을 줘요.
대략 예산 감각을 잡아보면, 중급 숙소 기준 1인/1박 6~12만 원, 국내선 1~3회면 총 20~45만 원, 아일랜드 호핑 1회 3~8만 원 선이에요. 물가 변동은 있으니, 예약은 3~6주 전이 적당해요. 작은 쿠션을 남겨두면 일정이 흔들려도 표정은 편안해져요.
교통·숙소·액티비티에 5:3:2 정도로 나누면 무리 없어요. 대신 마지막 날 여유 시간 4~6시간은 꼭 비워두세요. 기념품과 마사지, 그리고 그냥 누워 있기 위해서요.
섬 사이 이동, 똑똑한 예약과 안전
필리핀은 아치펠라고, 즉 섬 모음이에요. 그래서 국내선과 배편을 섞으면 동선이 갑자기 길어지죠. 핵심은 ‘직항 먼저, 배는 낮 시간, 여유 환승’이에요. 마닐라 혹은 세부를 중심 공항으로 보고, 각 섬으로 날아가면 체력이 남아요.
예약은 항공사 앱 알림을 켜두고, 시간대는 아침편이 리스크가 적어요. 지연과 결항은 있을 수 있으니, 같은 날 호핑 투어를 예약하는 일만 피하면 됩니다. 짐은 한 명이 공용 약·연고, 다른 한 명이 전자기기/멀티탭처럼 역할을 나눠보세요.
현지 교통은 그랩(Grab) 같은 호출 앱이 편하고 안전합니다. 심카드는 공항에서 글로브/스마트 중 하나로 구매해 즉시 개통하면 지도·메신저가 매끄러워요.
여행 안전 공지 참고 페이지를 출국 전 한 번만 읽어도, 현장 판단이 훨씬 가벼워져요.
우기·건기·태풍: 날씨 읽고 움직이기
건기는 대체로 11~5월, 우기는 6~10월로 알려져 있어요(지역별 차이 존재). 바람 방향에 따라 같은 달이라도 엘니도·세부·보라카이 체감이 달라요. 그래서 ‘한 곳이 흐리면 다른 곳은 맑다’는 선택지가 생깁니다.
태풍 시즌엔 일정에 여유일을 하나 끼워 넣어두세요. 비 오는 날은 카페·마사지·맛집 위주의 ‘실내의 날’로 기분을 전환하면 좋습니다. 비가 그친 뒤 길 위의 물웅덩이가 낮은 하늘을 반사해 사진이 더욱 분위기 있어요.
자외선은 계절과 무관하게 강해요. 팔 토시나 라시가드, 그리고 모자 챙기는 것이 체력을 지켜줘요. 피부가 편하면 표정도 남아요.
비 소리 들리는 오후, 둘이서 어디에 숨고 싶나요? 조용한 카페, 스파, 아니면 룸 발코니에서의 여유?

현지 예의와 작은 배려가 만드는 편안함
필리핀 사람들의 환대는 따뜻해요. “Salamat(감사합니다)” 한마디면 분위기가 말랑해지죠. 팁 문화는 서비스에 따라 소액이면 충분하고, 길거리 사진은 사람 얼굴이 크게 나오면 가볍게 양해를 구하세요.
성당·학교·마켓 같은 생활 공간에선 옷차림을 조금만 단정하게. 환경 규제가 있는 해변에선 지정 구역을 지키면 다 함께 편해져요. 쓰레기 한 봉지 챙기는 태도는 여행의 결을 바꿉니다.
사진과 기록: 빛을 잡는 간단한 루틴
아침 8~10시, 오후 4~6시. 이 두 구간만 의식해도 사진의 공기가 달라져요. 얼굴에는 측광, 배경은 살짝 날려서 친구의 표정을 먼저 잡아보세요. 젖은 모래의 반사, 유리잔의 물방울, 젖은 머리카락 윤광 같은 디테일을 한 컷씩 모아두면 앨범이 살아나요.
동영상은 10초 안팎으로 짧게 자주 촬영해보세요. 배 위의 바람 소리, 시장의 흰소음, 비가 처마를 두드리는 리듬. 돌아와서 보면 그 소리들이 시간을 되감아줘요.
혹시 장비가 부담이라면, 스마트폰 광각·인물 모드의 조합이면 충분해요. 배터리는 오후의 변수라서, 한 명은 보조배터리를, 다른 한 명은 방수 파우치를 맡아 분업해보세요. 관련 글에서 촬영 체크리스트도 이어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 장면만 남겨볼게요. 모래가 발등에서 바삭 떨어지고, 하늘은 아직 밝은데 카페 조명은 이미 노란빛. 그 사이에 친구의 웃음이 얇게 번집니다. 그게 전부일지도 몰라요.
여행의 핵심은 셋입니다. 함께 보고 같은 방향으로 놀라는 순간, 몸이 기억하는 물과 빛, 돌아와도 계속되는 얘깃거리. 루트를 단순하게 만들수록 장면은 선명해져요. 오늘은 한 축만 정하고, 숙소 한 곳은 꼭 ‘머물고 싶은 곳’으로 골라보세요. 다음 항공권을 여유 있게 찾는 손끝에, 우리의 다음 바다가 살짝 빛나고 있어요. 준비가 되면 작은 메모부터 시작해볼까요?